북한이 말하는 평화=대한민국의 공산화
'전쟁이냐, 평화냐'는 원래 노무현의 대선 구호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대한민국 공산화’ (서옥식 성결대 행정학부 초빙교수)

북이 노리는 남한 선거 구도 - 평화세력 vs. 전쟁세력

천안함폭침사건에 대해 남한이 강경대응방침을 밝히자 북한에서 오히려 남한이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며 ‘전쟁이냐 평화냐’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한의 일부 정치세력과 좌경언론, 종북주의자들이 6.2지방선거가 ‘전쟁세력과 평화세력의 대결’이라면서 유권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는 그동안 북한이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남한을 협박하거나 남한의 각종선거에 개입하면서 써먹는 슬로건이다. 북한은 한나라당 집권=전쟁, 민주당 집권=평화라는 주장을 수도 없이 해왔다. 북한은 2006년 1월 신년공동사설 발표 이후 한국의 모든 선거를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면서 남남갈등을 조장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6.15 민족통일 대축전 북측대표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의 발언이다. 그는 2006년 6월 10일 평양노동자회관에서 열린 ‘반일 6.10만세 시위투쟁 80돌기념 평양시 보고회’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6.15공동선언이 날아가고 온 나라가 전쟁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은 2006년 남한의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한반도는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찍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선동했다.
 
북한은 2006년 12월 8일 조평통 성토문을 통해 “한나라당의 재집권 책동은 단순히 남조선 내부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평화와 안전, 겨레의 장래 운명과 관련된 민족적인 문제”라며 한나라당을 규탄했다. 조평통은 성토문에서 “한나라당이 제 세상이 다 된 듯이 날뛰면서 정권탈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더욱 광분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래전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조선반도에 전쟁의 화염이 몰아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남한의 대선을 앞둔 2007년 1월에는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난다며 ‘반보수대연합’의 구성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천안함 폭침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남한 인민들이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매국역적패당정부’를 심판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10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른바 ‘미제와 역적패당의 반공화국 대결모략 책동을 규탄하는 평양시 군중대회’라는 것을 열어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남측의 조사결과를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노동당의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는 29일 ‘남조선 인민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남한 유권자들이 6.2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북한은 핵무기개발을 합리화시키고,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한국과 미국을 ‘전쟁세력’이라고 몰아가기 위해 ‘평화’란 말을 부쩍 많아 사용해왔다. 한편으로 북한은 그들의 선군정치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원래 ‘전쟁이냐, 평화냐’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후보 시절에 내건 구호였다. 당시 노 후보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면서 국민에게 양자택일할 것을 호소하는 이 구호를 정책광고로 만들었다. 그리고 신문에도 크게 실었다. 그런데 이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가 고 노무현 전대통령 1週忌와 지방선거를 계기로 친노 정당들과 친노세력들의 슬로건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에서 자본주의가 완전히 말살된 상태가 평화

그러면 그러면 북한이 말하는 전쟁과 평화란 무엇인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의하면 평화는 <전쟁이나 갈등이 없이 세상이 평온한 상태>로 요약된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결론부터 말하면 <공산화>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이 지구상에서 자본주의적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완전히 말살된 상태”를 의미한다. 북한은 자본주의의 본성은 전쟁과 침략이라고 규정하면서 “전쟁의 근원이 자본주의에 있는 만큼 이를 타도하고 전 세계가 공산화되어야만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정치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3, pp.1162-1163).
 
다시 말하면 북한이 말하는 ‘평화’란 폭력혁명이나 무력통일에 반대하는 개념이 아니라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세력, 즉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를 전쟁세력으로 규정, 이들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소멸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평화는 반드시 계급투쟁, 즉 전쟁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 따르면 전쟁에는 ‘정의의 전쟁’(민족해방전쟁)과 ‘부정의의 전쟁’(제국주의세력에 의한 침략전쟁)이 있는 데 정의의 전쟁이란 자본주의와 전쟁으로 계급투쟁을 하고 계급소멸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철학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0, pp.498-499).
 
 이에 따라 북한은 무력과 폭력이 공산혁명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정당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다시 말해 평화는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된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점에서 자본주의국가들의 평화를 ‘부르조아 평화주의’로 규정한다. 북한은 이 부르주아평화주의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인민들의 염원을 악용한 것으로, 제국주의가 전쟁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면서 제국주의를 때려 부수지 않아도 지구상에 ‘영원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설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김일성 저작선집 4권 p.484).

북한은 궁극적으로 계급투쟁을 통해 국가가 소멸하고 법도 경찰도, 군대도 없는 사회를 평화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기본적으로 국가나 법, 경찰, 군대를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부르주아 계급의 착취를 위해 존재하는 억압기구내지 억압장치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국가란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자기 재산을 지키고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로서 모든 악의 원천이라면서 공산주의 사회가 되면 이는 자연히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이런 전도된 평화관을 가지고 용어혼란전술의 일환으로 ‘평화’란 용어를 대남 협상전략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연방제통일방안과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 등을 제의하면서 ‘평화적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평화공세’는 결국 주한미군 철수,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적화통일이란 수순을 밟아가기 위한 기만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즉, 휴전선 남쪽에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평화는 결코 올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을 반드시 적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노동당 규약에도 명시돼 있다.

대표적인 국제 ‘평화 사기극’은 베트남평화협정

그러나 공산주의자들과의 평화협정이 반드시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미국과 북베트남 사이에 1973년 1월27일 체결된 역사적인 파리평화협정은 결과적으로 국제적인 ‘사기극’이 되고 말았다. 협상의 주역인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북베트남(월맹)정치국원 레둑토는 그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레둑토는 베트남에 ‘평화’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수상을 거부했다. 그가 말한 ‘평화’는 ‘공산화’였다. 평화협정 체결 직후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남베트남은 공산화되고 말았다. 남베트남의 공산화는 평화협정도 노벨상도 결코 평화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당시 평화협정에는 교전 당사국인 미국, 남베트남, 북베트남, 베트콩(베트남 임시혁명정부) 등이 서명했다. 키신저는 이 평화협정을 담보하기위해 북베트남에 40억달러(미국 직접원조 20억달러, IBRD 차관 20억달러)의 원조까지 제공, 이것으로 파괴된 북베트남의 경제를 재건키로 했다. 키신저는 보다 확실한 휴전을 담보하기 위해 휴전감시위원단인 캐나다, 이란, 헝가리, 폴란드 4개국을 서명에 참여시켰다. 그리하여 4개국 250명으로 구성된 휴전감시위원단은 하노이와 사이공(호치민시티), 그리고 휴전선을 감시하게 되었다. 한편 북베트남에서는 하반라우 외무차관이 150명의 고문단과 함께 사이공에 체류했다. 일종의 인질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믿지 못한 미국은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4개국 외무장관까지 서명에 참여시켰다. 결과적으로 파리휴전협정은 4+4+4, 즉 무려 12개국이 담보하고 보증한 값비싼 서명문서였다. 그리고 남베트남과도 방위조약을 체결, 미군 철수 후 북베트남이나 베트콩이 휴전협정을 파기하면, 즉각 해공군력을 투입, 북폭을 재개하고 남베트남 지상군을 지원키로 굳게 약속했다. 이와 함께 미군이 철수하면서 그 동안 보유하고 있던 각종 최신 무기까지도 모두 남베트남에 양도, 그 무렵 남베트남 공군력은 전세계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소한 10년간은 휴전체제가 유지되리라는 키신저의 믿음은 사라지고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과 베트콩 연합군에 의해 수도 사이공이 함락됨으로써 베트남은 완전 공산화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십수년간 1천여만명이 처형되거나 재교육 캠프에서 죽어갔고 1백만 이상의 보트 피플이 해상을 떠돌다 10만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삶이 계속됐다.

결국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키신저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북베트남은 미군의 북폭과 경제봉쇄로 피폐해진 나머지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하자 평화회담에 나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전략이었고, 전술만 바꾼 기만이었다. 미국과 평화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베트남은 남베트남에서 침략군을 몰아내고 민중봉기를 일으켜 인민민주주의 정권을 창출하고, 무력으로 남반부를 해방시켜 조국통일을 달성한다는 소위 통일전선전략을 재정비․강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금 북한이 견지하고 있는 대남전략과 단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실제 베트남 공산화는 남한의 적화를 노려온 북한을 고무시켰다. 6.25전쟁에서 무력통일의 꿈을 실현하지 못한 김일성은 1975년 남베트남의 패망을 바라보면서 남한을 다시 한번 밀어붙일 생각을 했다. 1975년 4월 단 한 대의 항공기도 없었던 북베트남군이 당시 세계 최강의 미군을 게릴라전으로 패배시키는 것을 본 김일성은 상당히 고무돼 중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북경에 도착한 날, 환영 만찬석상에서 김일성은 “(남한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잃을 것은 군사분계선이요, 얻는 것은 조국통일(In this war we will only lose the Military Demarcation Line and will gain the country's unification)”이라면서 남침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소련이 이에 협력하지 않음으로써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측은 “북한이 이런 시기에 남침을 하게 되면 미국과의 전쟁이 되고, 이는 곧 제3차 세계대전으로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남침은 불가하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슐레신저(James Schlesinger)국방장관은 “만일 북한이 한국을 재침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라는 핵사용 발언으로 북한의 남침전쟁을 억지했다.

‘평화’구호 통해 통일전선전술에 유리한 환경 조성

지금 국내에서는 일부 정치권인사들과 종북세력들이 북한이 사용하는 평화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으면서 ‘평화세력’ 운운하며 북한의 평화공세에 맞장구를 치고 선거를 전쟁과 평화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종북좌파들은 아예 북한의 평화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구호처럼 ‘평화’ ‘반전’ ‘반미’를 외치지만 유독 ‘반핵’ 이란 구호는 사용을 거부한다. ‘평화’를 말하는 자들이 북한 전체 인민들의 평화를 말살하고 있는 불의한 권력에 아부하며, 그들의 핵 도박을 음양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김일성-김정일 공산독재체제를 옹호하고 있다. 김정일체제의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가로서, 2007년 세계경제자유지수에서 조사대상국 157개국 중 157위를 기록하는 등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또한 ‘평화’를 외치는 세력들은 오히려 미국을 ‘남북통일 반대국가’로 규정하고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사람을 수구냉전세력, 사대주의자, 전쟁옹호세력 등으로 매도하면서 ‘평화’와 ‘반전’을 북한의 독제체제와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란 구호의 이면에는 북한 김정일의 세습-독재-전체주의 체제 옹호와 한국의 안보를 무장해제 시켜 전한반도를 적화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북한은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로 남한사회의 갈등을 유도함으로써 통일전선전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사회혼란을 획책하고, 그에 따른 반사효과로서 내부 동요를 차단시키는 방향으로 체제 생존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끝)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성결대 초빙교수: http://allinkorea.net/]
기사입력: 2010/06/02 [08:40]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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