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에서 '해체'로 급변하고 있는 위기의 한미동맹
김희상 전 국방보좌관 “한미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김필재 기자

 
▲ 최근 도널드 렘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 미군 수뇌부는 한국 내에서 공대지 사격장 확보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 미 공군 전력의 한반도 외부 이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9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우리 측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다. ⓒdefenselink.mil 

주한 미 공군이 지난해 8월 매향리 공대지 사격장의 완전 폐쇄 이후 훈련장 확보가 지연되자 태국과 일본 등 해외 미군기지로 이동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한미군사동맹이 해체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30일 "최근 오산기지에 배치돼 있는 A-10 공격기 6대가 태국으로 이동해 한동안 훈련을 한 뒤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에도 주한 미 공군 전투기들이 알래스카, 태국, 주일 미군기지 등으로 이동해 훈련을 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사격장 문제가 불거진 뒤 횟수와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럼스펠드, 미 공군 전력 한반도 외부 이동 언급

이와 함께 진급을 앞둔 미군 조종사들이 공대지 사격훈련 시간을 채우지 못해 진급, 보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미군 조종사들이 본국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공대지 사격훈련 실적이 미군 조종사들의 진급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도는 최근 도널드 렘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 미군 수뇌부가 공대지 사격장 확보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 미 공군 전력의 한반도 외부 이동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 내 공대지 사격훈련 여건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주한 미 공군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하기도 했다.

벨 사령관, “매향리 사격장 폐쇄로 훈련 못하고 있어”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국방현안참고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SCM에서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대체 훈련장의 확보를 강력히 요구하며, 훈련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주한 미 공군전력을 타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버웰 B. 벨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달 13일 국회 강연에서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된 뒤 주한 미 공군이 적절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조종사들은 다른 임무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군사전문가들은 주한 미 공군전력이 타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이로 인한 공군의 전력공백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주한 미 7공군은 아시아에 배치되어 있는 4개의 미 공군기지 중 하나로 1차적으로 한반도 전역을 작전권으로 두고 제51전투비행단(오산)과 제8전투비행단(군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유사시 가동하는 5개의 전진기지(한국공군기지 포함)를 두고 있다.

 
▲ 주한 미 공군이 지난해 8월 매향리 공대지 사격장의 완전 폐쇄 이후 훈련장 확보가 지연되자 태국과 일본 등 해외 미군기지로 이동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전술 훈련 중인 A-10 탱크킬러 공격기의 모습이다.ⓒU.S. Air Force 
주한 미 7공군, 유사시 ‘전시증원전력’ 핵심부대

7공군의 총 병력은 1만 명으로 공군기지로서는 그 운용 규모가 큰 편이다. 7공군의 주력 운용기종은 F-16C/D 블록 30형 1개 대대와 40형 2개 대대 A/OA-10 공격 및 전선 통제기 1개 대대가 전개해 있으며, 3대의 U-2R/S 정찰기, C-12J 경수송기, HH-60G 전투수색구난 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7공군의 위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TPFDD·연합전시증원계획)이 펼쳐지면 미 공군은 7공군 산하 51전투비행단을 선두로 여덟 개 이상의 전투비행단과 네 개의 폭격 비행단을 한국에 급파한다.

이들은 한국의 전투비행단과 연합해 1천500대 이상의 공군기를 보유한 강력한 ‘연합공군’이 된다. (유사시 15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한 한미연합공군은 미 공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공군이 된다.) 7공군은 대북정보수집, 군수체계, 작전계획 수립, 통신 등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공군 전력이 70%라면 나머지 30%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7공군이 보유한 U-2R/S기는 미국의 록히드사가 제작한 U-2기 중 최신 개량형으로 조종사 한 명이 탑승해 지상으로부터 24~27km의 상공에서 지상의 각종 표적을 촬영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고고도 정찰기이다.

주한 미군, 대북 전략정보 100%, 전술정보 70% 한국군에 제공

현재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3대의 U-2R/S정찰기가 배치돼 있고 고공에서 휴전선을 따라 동서로 한번에 9시간 동안 장거리 비행하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기지와 공군기지 등 북한의 종심지역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 미 7공군은 고가의 첩보위성과 U-2R/S 정찰기 등을 통해 대북 전략정보 100%, 전술정보 70%를 한국군에 제공해 왔다. 현재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하는 7공군의 각종 정보 자산 가치는 수백 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주한 미 공군 전력의 타 지역 이동 가능성과 함께 미국이 2008년 이후 주한미군을 완전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 언론인인 리차드 할로란(전 워싱턴포스트지 기자)은 28일 웹사이트 'Real Clear Politics'기고문을 통해 "주한 미군이 2008년 이후에는 소규모 상징적인 부대만 남겨 놓거나 전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프리존뉴스>는 그의 칼럼을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했다.

 
▲ 미 의회 조사국(CRS)의 래리 닉시(Larry Niksch)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미 국방부는 한국에서 미국의 역할을 낮추는 방향으로, 군사 지휘구조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라크로 차출된 주한 미 2사단 2여단 소속의 장병들 ⓒU.S. Army 
미 언론인 리차드 할로란, ‘주한미군 전면철수’ 언급

할로란은 2003년에도 주한미군 감축을 최초로 보도했다. 당시 미 국방부와 한국정부는 그의 보도를 부인했으나 실제로 미군은 감축, 그의 보도가 사실로 입증됐다. 미국은 2004년 8월 주한미군 병력 3600명을 이라크로 차출한 데 이어 2008년까지 주한미군 1만2500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할로란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주한 미군 감축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주한 미군은 현재 2만9500명으로 이 중 1만5000명은 2사단 소속이고 1만 명은 7공군에 배치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인원은 병참·통신·정보 그리고 소수의 해군과 해병대 병력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2008년 9월까지 주한미군 병력을 2만5000명 선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내부적으로 2008년 이후 소규모 상징적인 부대만 남겨 놓거나 또는 완전 철수를 고려중이다. 할로란은 또 한 고위 장성이 최근 버웰 B. 벨 현 주한미군 사령관에 대해 "그의 임무는 한국에서 급한 불을 끄는 것"이라고 밝혔음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일본에 주둔하게 될 미 1군단 아래에 배치할 것 같다고 분석한 보고서가 미 의회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 사령관 계급 낮춰 주일미군 휘하로 역할축소”

미 의회 조사국(CRS)의 래리 닉시(Larry Niksch)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미 국방부는 한국에서 미국의 역할을 낮추는 방향으로, 군사 지휘구조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계획은 주한미군을 격하시켜, 미 국방부가 워싱턴 주에서 일본으로 옮기려고 하는 미1군단 하에 두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쓰고 있다.

이어 “이것은 명백하게 현재 4성 장군이 맡고 있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을 낮추는 것을 포함할 것이다. 또 이런 계획은 6.25 당시부터 4성 장군에 의해서 지휘 받아 온 유엔사령부의 변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주한미군이 완전 또는 부분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공개적으로는 한미간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와 국방부는 군사협력과 주한미군을 줄이는 방향으로 동맹구조의 변화를 추구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1월 양국 간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관련, “미 국방부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2008년 이후 주한미군의 추가 철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 된다”고 밝혔다.

 
▲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시차별부대전개제원’에 따라 한반도로 파견하기로 돼 있는 모든 전투부대를 보낸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인 중사단인 4사단과 1기병사단을 거느린 3군단이 주방위군과 예비군부대를 동원해 한국으로 이동한다. 유사시 한반도로 증원되는 미군 함정은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각종 함정만 160여 척에 이른다. ⓒU.S. Navy 

현 정권의 전시 ‘작통권’ 환수 기도 미군 철수 부채질

한편 현 정권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움직임도 미군 철수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온 27일 서울에서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시기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합의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등 전반에 관해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 국방부 내에는 미군감축 등을 통해 사실상 한미동맹 수준을 하향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작통권이 한국에 완전히 이양되면 주한미지상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는 게 미국 의회의 분위기”라고 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미연합사 해체와 맞물려 지상군 감축될 것”

이처럼 엇박자를 내고 있는 한미군사동맹 관계에 대해 김희상 전 대통령 국방보좌관은 31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미 정부 당국자들은 겉으로는 한미관계가 좋다고 역설해왔지만 미 워싱턴의 전문가들과 의회 주변 등 정식 외교라인을 벗어난 쪽에서는 극단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속으로 곪은 한미관계가 이제는 정말 정형화되고 표면화되고 정착화 되는 것 같다. 금이 가고 있다”고 말한 뒤, 전시작통권 환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내막을 밝혔다.

“2003년 청와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환수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은 뒤에 숨어 있었고 참석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다. 주한미군도 정확한 연도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한미연합사 해체와 맞물려 지상군을 중심으로 추가 감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당연한 순서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 프리존뉴스
기사입력: 2006/08/01 [16:39]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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