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의 향방을 가를 25일 ‘구의원 선거’에서 지금까지 홍콩의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온 ‘반중국 범자유 진영’이 전체 의석의 85.2%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고, 어용 환구시보는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이하 범민주를 ‘범자유 바꿈) 진영이 더 많은 의석을 얻었다고 해도 홍콩 유권자가 폭력 시위를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선거 결과를 잘못 해석해 폭도들을 고무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 통치를 단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25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이 99.8%에 달한 낮 12시 기준으로 범자유 진영은 전체 452석 가운데 385석(85.2%)을 차지했다.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등 친중파 진영은 고작 58석(12.8%)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도파는 8석을 확보했고, 1석은 미개표 상태”라며 조선닷컴은 “이에 따라 내년 9월 치러질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민주 진영의 우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327석으로 70% 이상을 차지했던 친중파는 순식간에 소수파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친중파도 ‘민주건항협진연맹’이라는 단어를 쓰니까, 범자유 진영으로 불러 마땅할 것이다.

“반면 범자유 진영은 웡타이신, 췬완, 완차이, 샤틴, 난구 등 18개 구 전체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7명은 범민주(범자유) 진영이 싹쓸이했다”며 조선닷컴은 “범민주(범자유) 진영의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는 실탄 사격 등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와 ‘홍콩의 중국화’로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자치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인 인도법 반대 계기로 홍콩 시민들의 뿌리 깊은 ‘반중(反中)·반정부’ 민심이 폭발해 투표로 친중파를 심판했다”고 진단했다.

“선거 결과에 힘을 얻은 범자유 진영은 경찰 과잉진압 조사와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 요구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람 장관과 중국 중앙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전략 변화를 요구받게 됐다”며, 조선닷컴은 앤서니 청 전 홍콩 교통부장관의 “이번 선거는 범자유와 친중 양쪽 모두에 민생 문제에 초점을 맞춘 보통의 선거가 아닌 ‘정치 전쟁’의미가 강했다”며 “친중 세력이 참패한 만큼 중국 정부는 홍콩 사태의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SCMP 인터뷰 내용도 전했다. 이번 선거에는 294만 명이 참여해 4년 전의 47.0%보다 훨씬 높은 71.2%의 투표율을 보였다고 한다.

한편, 이런 홍콩의 구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홍콩을 망치려 하거나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홍콩이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정부는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 평화와 안전, 질서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이번 선거는 반정부 시위 지지의 바로미터이자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과 그의 팀에 대한 사실상의 신임 투표”라고 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중국 지배를 거부하는 반중 민주화 진영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후에도, 대다수 중국 관영 매체는 선거 결과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친중파 패배 소식을 전한 관영 매체도 애써 선거 결과의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25일 ‘풍우 속에서도 홍콩은 의연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 “홍콩 시위 풍파 속에서 선거가 열리면서 비정상적 정치 에너지가 많은 유권자에게 (시위 세력에 투표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선거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하면서 홍콩 시위 세력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조선닷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국제회의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중 홍콩 시위대를 ‘폭력범죄분자’라 부르기도 했다”며 환구시보의 “국가(중국)는 홍콩을 영원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의 모든 선거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틀을 흔들지 못한다”는 선동도 전했다. “서방 세력이 선거에 개입해 정부 반대파를 지원했다”고 환구시보가 비판했다며, 조선닷컴은 “인민일보, CCTV(중앙방송), 신화사 등 다른 대표적 관영 매체들은 아직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를 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아직 공식적 반응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홍콩 시민, 특히 젊은층이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단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이번 선거 전까진 친중파가 18개 구의 구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친중국계 정당 중 가장 규모가 큰 민건련(民建聯·DAB) 소속 115명을 포함해 친중파가 292석을 차지했다”며, 조선닷컴은 “그러나 이제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며 “지난 6개월간 홍콩의 반정부·반중 시위에 앞장선 젊은층이 대거 당선됐다. 범민주 야권 단체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의장(괴한에게 테러당한)은 샤틴구 렉윈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고 전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의 구의원 선거 출마가 금지되면서 대신 출마한 켈빈 람도 사우스 호라이즌스 웨스트 지역에서 당선됐다”며, 조선닷컴은 “반면 친중파를 대표하는 후보자들은 대거 낙선했다. 투엔먼 록추이 구의원에 출마한 주니어스 호는 2278표를 얻는 데 그쳐, 3474표를 얻은 범자유 진영 캐리 로 후보에게 패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홍콩 시위대 정리를 천명한 후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시위대는 다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비판 속에서도 홍콩 시민 다수가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친중파의 대패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정치적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이달 초 경질설이 돌던 람 장관을 따로 만나 지지를 표하며 힘을 실워줬으나, 람 장관이 이번 선거 참패의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 져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람 장관의 “이번 선거 결과가 현재 홍콩 상태와 홍콩 사회에 뿌리 박힌 깊은 문제들에 대해 시민이 가진 불만족을 반영한다는 분석과 해석이 있다”며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홍콩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성명도 전했다. 홍콩인의 자유를 위한 결단과 투쟁은 이제 정치적 자치권으로 결실 맺고 있다. 

“특히 이번 구의원 선거 결과는 내년 입법회 의원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가 행정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대의원 120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間選制) 방식으로 선출된다”며 조선닷컴은 “이번에 선출되는 구의원 452명 중 117명이 대의원 선거인단에 들어간다. 범자유계인 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행정장관 선거인단 중 117명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현재 시위대와 범자유 진영이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홍콩 시민이 1인 1표를 행사해 정부 대표를 뽑는 행정장관 직선제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장관 직선제는 범죄인 인도법안 완전 철폐, 경찰 무력 사용 조사와 처벌, 시위대 폭도 규정 취소, 시위 중 체포된 시위자 석방과 불기소와 함께 시위 참여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5대 소구(五大訴求)’ 중 하나”라며, 조선닷컴은 “이번 선거에선 홍콩 중산층의 투표 참여도 두드러졌다. 샤틴구의 시티원에선 유권자 9744명 중 7922명이 투표해 투표율 81.3%를 기록했다”며 “이전까진 상위 단계인 입법회 선거 때만 투표장으로 향했던 상당수 중산층 유권자가 민주화(자유수호투쟁) 시위를 계기로 구의원 선거에서도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허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