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노, 차라리 화려한 자위!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무슨 정치적 자위용 포르노 도시냐?
 
공희준 빅뉴스 논설가
“효자동 이발사 서너 편만 개봉되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이재오의 이야기였으리라. 어두운 과거사를 파헤치는 한국영화가 한나라당에 치명타를 안기리라는 발언이었다. 이것 때문이었을까? 이재오는 박근혜 필패론을 주장하며 이명박을 열심히 편들고 있다. 이명박이 집권할 경우 이재오는 대한민국 학원강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공직에 오른 인물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교육 종사자들의 로망이랄까. 학원가의 촉망받는 스타강사 자리를 포기하고 제도권 정치에 뛰어든 대담한 도박이 로또당첨에 버금가는 대박을 드디어 터뜨리는 셈이다.

약삭빠른 이재오가 군사독재정권을 회상하는 일개 한국영화에 기겁한 이유가 뭐였을까? 국민원로가 분석하기에 충무로의 동향에 관한 이재오의 우려 섞인 반응은 순전한 엄살에 불과하다. 박근혜를 비토하고 이명박을 지지하는 일에 필요한 명분확보용 핑계 찾기에 지나지 않는다. 내 장담하는 바이다. 효자동 이발사에 더해 효자동 면도사와 효자동 안마사 및 침술사까지 모조리 출동해도 한나라당에게 티끌만한 상처도 입히지 못한다. ‘효자동 이발사’ 같이 과거사 조명하는 콘텐츠는 지금의 한국사회가 직면한 모순과 문제에 대한 어떠한 효과적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탓이다.

엊그제 천정배가 손학규를 비판한답시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 모양이다. 천정배는 단식을 하지 않는 게 나았다. 후유증이 엄청 심각한 상태다. 어찌된 게 분위기 파악을 못해도 저토록 못할 수 있을까? 손학규처럼 ‘화려한 휴가’를 구경하지 않은 사람들은 죄다 수구꼴통이라는 것이 천정배의 생각인 듯싶다. 그렇다면 해당영화를 보고자 측근참모들 대거 대동하고 극장에 나타난 박근혜가 진정한 민주화세력이겠네.

결국은 인터페이스다. 당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당신을 만든다. 여러분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이재오와 천정배 중에서 누가 더 평균적 한국인의 삶의 공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는가? 전자는 서울역 인근 대입재수학원에서 강사 노릇하면서 잔뼈가 굵었고, 후자는 최고의 엘리트들만 다닌다는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며 꿈을 키웠다. 쓸데없는 당위적 요소들을 고려사항에서 제외하고 정답을 선택해보시라.

얍삽하게 변절한 인간들이 민주화투쟁의 울타리를 묵묵히 지켰다는 인사들보다 오히려 민중의 보편적인 생활세계에 밀착해 있었다는 점이야말로 한국정치의 기막힌 역설이다. 서민대중이 중시하는 현안들을 꿰찰 능력과 안목이 부재한 진보개혁진영은 생뚱맞은 도덕성 타령으로 날밤을 새우거나, 괜한 사건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일쑤다. 반면, 수구반동무리에 편입된 왕년의 밑바닥인생들은 축적된 노하우를 발휘해 일반국민이 가려워하는 지점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달콤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곤 한다. 예컨대 이명박은 청계천 복개도로 뜯어내 서민들이 물놀이할 장소 마련하는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근무하는 이름난 민주화투사란 작자들은 애들 뛰어노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말뚝 박고 기념관 공사하는 식이다.

범여권 대권주자들과 386세대 출신 국회의원들이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는 보도를 접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일주일 동안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 다음 일요일에 교회에 나가 회개를 부르짖는 위선적 개신교인들의 모습이 중첩돼서다. 어디 이게 몇몇 유명 정치인들만의 얘기겠는가? 1987년 가두로 뛰어나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는 수십 만 청년학도들의 오늘날의 공통된 자화상이지. 386세대가 대한민국 여러 분야의 주도권을 장악한 결과로 한국사회는 더욱 살벌해지고 삭막해졌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광주항쟁은 실패했다. 광주항쟁을 광주사태로 폄하하는 이명박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려서 실패한 게 아니다. 광주를 팔아서, 광주를 추동력으로 삼음으로써, 광주의 아들딸을 자처하면서 한국사회 중추부로 진입한 세력과 사람들이 광주 이후에 제기된 시대적 과제를 푸는 데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패를 인정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대신 어두컴컴한 영화관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어 단체로 자위행위를 벌이고 있다. ‘화려한 휴가’의 필름이 돌아가는 상영관들마다 시큼한 밤꽃냄새가 진동하는 것이다.

자기들도 골프장에서 골프채 휘두르는 이해찬 부류가 전두환과 다르다고 아무리 우겨봤자 국민들한테는 씨알조차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원정출산 감행한 여배우가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한 ‘화려한 휴가’, ‘황산벌’과 쌍벽을 이루는 불멸의 역사코미디로 한국영화사에 찬란히 새겨질 게다. 2012년에는 6월 항쟁 다룬 영화가 등장할 차례군.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학부모 한 명이 과외하는 놈들 무조건 때려잡은 전두환 시절이 좋았다고 넋두리하는데 차라리 거기에 공감이 가더라. ‘화려한 휴가’ 감상하며 양심의 가책 달랠 시간과 여력 남아있으면 ‘강남엄마 따라잡기’ 시청률이 유독 서울지역에서만 ‘커피프린스 1호점’을 능가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연구하기 바란다. 공수부대보다도 강남아파트 부녀회가 훨씬 끗발이 센 세상에서 매일 광주나 붙잡고 늘어지고 있으니 지지도가 항상 한 자릿수에 머물지.

제발 부탁이다. 광주 그만 우려먹자. 6ㆍ25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기성세대와 기득권집단을 성토하던 386세대와 민주화세력이 자신들이 욕하던 대상들 뺨치게 과거를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무슨 포르노의 도시냐? 이제는 자위기구로까지 써먹게... <공희준 빅뉴스 논설가: bignews@bignews.co.kr >
기사입력: 2007/08/07 [15:22]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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