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북미관계에도 봄 기운이 찾아오려나
북한 외무성 '전향적 자세', 버시바우 美대사 "흥미로운 진전"
 
심승우 기자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지 꼭 1년이 되는 2월 10일. 최근 위폐문제 등으로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북미관계 및 6자회담 분위기에 실낱같은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6자회담 진전은 단순히 한반도 평화정착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 활성화 및 북한의 경제 개혁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남북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이 9일 "국제적인 돈 세척 척결에 적극 합류해나갈 것이다. 우리 공화국은 화폐 위조나 돈 세척과 같은 불법행위가 나타나면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엄격히 처벌하겠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 단초가 되었다.
 
그동안 미국의 위폐문제 거론을 날조와 체제붕괴 음모라며 전면 부정하고 강력하게 비방했던 모습과 사뭇 다른 자세이다.

북한측의 이러한 변화는 향후 위폐문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측에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위폐 등 불법자금 거래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방지 활동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선언에 당장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북한의 최근 자금 세탁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감안할 때 흥미로운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미 대사관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인 `카페 유에스에이'(cafe USA)를 통해 네티즌들과 가진 채팅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이후 '북한은 범죄정권' '전체주의 국가' '남북경협 자제해라' 등 외교적 관례에 어긋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왔다. 북한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온 버시바우 대사임을 고려한다면, '진전'이라는 표현은 나름대로 변화의 기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돈세탁 척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 및 전문가들 역시 6자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영하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금융제제 칼자루를 취고 있는 미국측은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가 이날 북한 외무성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북한 정부가 불법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이 보다 더 구체적인, 말과 일치하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시바우 대사 및 미국측이 요구하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위폐문제를 시인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위폐 제조 및 유통에 개입한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위폐 문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버티기도 힘들다. 미국의 금융제제가 계속된다면 국가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해외 자금줄 차단으로 이어져 총체적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과 위폐 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금융 제제를 푸는 동시에 6자회담 재개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방북이 유력시 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6자회담 '정상화'에 나름대로의 역할이 기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은 일방주의가 아니라 동맹국들과 함께 행동을 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국제적인 반(反)자금세척 활동에 적극 합류" 입장 표명을 환영한다면서도 행동으로 보일 것을 촉구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에 대해 "좋은 언약이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북한 정부가 그런 (불법) 활동을 모두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승우 기자 / 이슈아이(www.issuei.com)
기사입력: 2006/02/12 [03:58]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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