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죄가 없다? 그럼 네티즌이 범인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포털 사이트
 
조현우
저는 지난 6월 2일 브레이크뉴스를 통해 <‘유승준 죽이기‘에 감춰진 또다른 이면>이란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곧바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로 전송되었고, 연예/스포츠란 주요 기사로 등록됨과 동시에 가장 많이 본 뉴스로 등록되었습니다. 당시 기사 밑 댓글은 약 7000여개에 달했으며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의 댓글이 다수였습니다. 이에 대해 당일 전화로 댓글 삭제를 요청하였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고, 다음날 메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삭제를 요청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접수가 되었다는 회신메일뿐이었습니다. 간신히 네이버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뉴스 서비스 팀 연락처는 알려줄 수가 없으며, 우편으로 접수하라는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계속해서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지난 6월 14일, 포털 사이트의 선정적 편집과 그들의 회원들이 작성한 댓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는 심정으로 네이버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모욕죄를 방조한 혐의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막대한 이득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지 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대문 경찰서에서의 2회의 조사를 거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나온 회신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란 불기소 결과였습니다.

왜 불기소인지 이유를 알기 위해 불기소이유고지서를 발급받자 실로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형법 제307조 제2항, 제32항에 해당하는 범죄로 인정하여 수사하였다는 불기소이유고지서에는 우선 첫째, 6월 5일과 6월 6일은 공휴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않아 고의적으로 방치하였다고 인정키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 포털 사이트가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는 공휴일에 관계없이 365일 자사의 사업을 24시간 내내 계속하고 있고, 광고영업을 통한 이윤창출을 하고 있음에도 공휴일이란 기준을 과연 적용시킬 수가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공휴일이라면 사이버 공간에서 인격유린을 당하고, 생매장을 당해도 포털 사이트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말인지 의아하기 짝이 없습니다.

둘째, 고소인이 삭제 요청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즉시 삭제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경찰과 검찰이 포털 사이트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잡혀있지 않은 지 깨달았습니다. 정보통신망법 44조 2항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당해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즉시’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법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은 왜 즉시 삭제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남대문 경찰서에서 진술조사를 받으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고소절차를 밟기 위해 남대문 경찰서 경제팀을 찾았을 때 한 수사관은 ‘명예훼손 방조’ 법률은 없다며 따라서 네이버를 고소할 수가 없다며 저를 돌려보냈습니다. 의아한 저는 지인 변호사에게 도움을 받아 그제서야 고소를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수사관이 앞서 언급한 정보통신망법 44조 2항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저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포털 사이트 피해자에게 정확한 법 적용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체없이 조치를 취하라는 법 규정만 제대로 지켜도 사이버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경찰과 검찰은 아주 기초적인 법 적용에서부터 잘못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피의자에게 댓글 관리 책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댓글 작성자들의 범행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불기소이유고지서에 쓰여 있었습니다. 전 이처럼 모순된 표현을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데 방지할 의무가 없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사이버 공간에서 각종 영리를 취득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의 책임은 하나도 없는 셈이 되어버립니다. 누군가 익명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유린하고, 명예를 훼손하여도 인터넷 기업들은 이를 방지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처벌한 근거도 없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사전에 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해달라는 것인데 범행을 방지할 의무가 없다니 도무지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불기소 처분을 받아 이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고 일신상의 이유로 인해 항고의사를 접었습니다. 아니, 경찰과 검찰이 이런 잣대로 계속해서 사이버 범죄를 논한다면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멀쩡한 법 조항이 있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경찰과 검찰이 포털 사이트에 대한 지적 기반이 얼마나 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임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에 대한 의도적인 감싸기가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입니다.

만약 포털 사이트가 위에서 열거한 대로 책임이 없다면 과연 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현재의 경찰과 검찰의 의견을 받아본 바로는 약 7000여개의 댓글을 통해 저를 무차별적으로 인권 유린했던 네티즌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네이버를 고소하며 네티즌들에겐 도의적인 사과 정도만 받으려고 했지만, 현재 시스템은 네티즌들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형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네이버를 고소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네티즌을 즉각 고소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포털 사이트는 조금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처럼 네티즌, 아니 자사의 회원들을 볼모로 삼은 채 상업적 이익을 계속해고 누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사이버 공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고, 인권이 유린되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앞서 언급한 정보통신망법 44조 2항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당해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즉시’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아울러 포털 사이트의 진심어린 반성과 자사의 회원들을 볼모로 잡고 영업하는 행태가 고쳐지길, 또 이에 대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랍니다.
기사입력: 2005/11/18 [00:04]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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