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포털에는 1%의 희망도 없다
헛소문과 명예훼손이 난무하는 포털 사이트
 
이정훈
▲지난 7일 개그맨 C씨가 성폭행 혐의로 동대문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모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실명 노출, 한바탕 파문이 일었다. 
언젠가 장동건, 최지우의 결혼설이란 헛소문이 포털게시판 등을 통해 일파만파 전파되고 있을 때, 이를 인지한 모 언론사가 특종을 딴 듯 서둘러 기사화했고, 각 포털사이트가 재빨리 연예면에 메인으로 편집하면서 이 루머는 기사의 몸을 빌러 사실인양 온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결국, 소속사간 적극적인 해명으로 인해 '사실무근'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사나 적극적으로 알린 포털이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연애인의 개인사에 대해 보도하는 건 지난 '연예인정보문건'파문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은 비단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컸던 만큼 연예부 기자, 황색저널을 가리지 않고 서로가 자중하자는 암묵적 합의가 돌출됐던 대형 사고였다. 그런 합의가 어느새 스물스물 올라오는 가십성 보도로 인해 깨지고 있다.
 
기자는 기초적인 기자윤리나 보도준칙 등 기자로서 필요한 기본정보를 사측으로부터 교육받고 취재현장으로 투입된다. 그러나 블로그에나 끄적거릴 글이 버젓이 기사화되질 않나 상상력이 총동원된 글을 기사라고 바이라인까지 기입해 출고하는 괴현상이 요즘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수 장윤정이 아줌마란 기사가 스포츠지 지면을 통해 보도가 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게시판에 뜬금없는 낭설을 확인없이 기사화해 장윤정측 소속사가 해명자료까지 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났었다.
 
스포츠지의 연예인 사생활 보도가 대중매체의 권위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반성할 줄 모르는 일부 종이매체에 대안매체란 말도 안 되는 연예매체가 난립, 기자의 권위마저도 동반 추락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탓만 할 수 있나
 
이유가 뭘까. 가치있는 기사를 작성하지 못한 기자도 분명 책임이 있겠지만, 이들을 유도해 기사 아닌 기사를 쓰도록 유도한 포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언젠가부터 익숙해진 포털의 뉴스사이트는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은 언론이 아니라고 회피하고 있다.
 
특히 기사를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선정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또 가장 많이 본 뉴스의 상위권에는 항시 연예기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마저도 가십성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털은 상업사이트이기 때문이다. 클릭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더 클릭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위주로 편집을 할 수밖에 없다.
 
상당수의 연예매체들은 자사의 뉴스를 포털의 메인에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치없는 기사를 송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마치 영화<쉰들러 리스트>에서 살기 위해 명단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처럼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같은 사안이라도 먼저 포털에 송고시키고자 속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대로된 기사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현재의 구조는 편집국장(언론사)위의 편집국장(포털)이 존재하는 기형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언론은 언론다워야
 
'팩트'를 얻기 힘들면 기사의 객관성(신뢰성)을 위해 기사 작성을 미뤄야 한다. 이런 기사의 파장은 댓글을 보면 확연해진다. "온라인매체라고 막 써도 되냐" "아무나 기자 하냐"는 식의 비난이 의미하는 뜻이 무엇일까 곰곰히 고민해야 할 때다.
 
또한 연예인을 객체로 한 기사는 사적이 아닌 공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황색이니 찌라시니 이런 소리를 듣고 싶은 연예기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평정신이 깃든 칼럼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도 의문이다.
 
장동건과 최지우 결혼설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SBS아침 연예프로에 나와 자신을 연예부 경력 15년 차 기자라고 밝히며 둘 사이의 결혼설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기자의 인터뷰를 보며 한심함과 함께 나아가 허탈함을 느꼈다.
 
15년 경력이라는 전제는 분명 자신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양념의 역할을 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 뒤의 주장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내 말이 곧 진실이니 믿어라"라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결혼은 연예인 당사자 간 사적인 부분이라는 점이다.
 
15년 간 연예부 기자를 했는데 둘은 결혼 안 한다는 주장이 자칫 15년 간 연예인 사생활만을 취재해왔다란 말로 해석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말이다. 만약 둘이 결혼이라도 한다면 그 때는 어떤 변명을 할 건가.
 
둘 사이의 사적인 문제는 기자의 취재영역에서 다소 벗어난 내용이다. 연예부 기자는 연예인의 공적인 부분만 취재할 뿐이다라고 답했다면 인터뷰한 기자나 다른 연예부 기자의 권위는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가십덩어리인 사생활 보도는 찌라시 언론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각종 포털 게시판에 가보라. 온갖 연예인 사진과 캡쳐자료, 사실과 루머가 혼재된 글이 판치고 있다. 같은 면이라고 지면과 게시판의 차이는 분명한 구분이 있다.
 
다시 말해 한 번 출고된 기사는 아무리 허무맹랑한 내용이라 할 지라도 믿는 독자들이 간혹 있다는 말이다. 가짜뉴스를 게시판에 작성해 논란이 된 이야기를 보며 조금이라도 느끼는 점이 없었다면 당장 글 쓰는 직업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언론을 살리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된다.
 
더이상 온/오프라인 매체의 상호비방전이 없길 바라며, 연예기사는 철저히 공적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연거푸 강조하고 싶다. 다만 포털사이트는 1%의 희망도 없기에 바람을 남기지 않겠다.

포털은 본연의 임무인 '검색'에만 충실하기 바란다. 언론도 본연의 임무인 '보도'의 역할을 잘 할테니 말이다.
기사입력: 2005/11/18 [10:41]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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